[언론소식] [임재준의 의학노트] 결혼과 건강, 그 오묘한 관계
[임재준의 의학노트] 결혼과 건강, 그 오묘한 관계
젊은 세대가 결혼을 꺼리는 것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
결혼 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건강이라는 대가 받게 돼
젊은 세대가 결혼을 꺼리는 것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
결혼 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건강이라는 대가 받게 돼
우리 젊은이들의 결혼 시기는 계속 늦어지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친구들도 쉽게 눈에 띈다. 정규직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아이를 낳으면 일일이 사교육을 시켜야 하니 젊은 세대가 결혼을 꺼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결혼 생활이 여러 가지로 쉽지 않다는 것은 물론 인정하지만 좋은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병원 내과 사이-홍 오우 교수팀의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오우 교수가 궁금했던 것은 결혼 여부가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남부에 사는 5000명 정도의 폐암 환자 자료를 검토하였는데, 진단 당시 결혼한 상태였던 환자는 약 절반 정도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비혼 상태였던 환자들의 1년 후 생존율은 17%인데 비해 결혼 상태의 환자들은 23%로 더 높았다. 2년 후, 3년 후 생존율도 역시 결혼을 유지하고 있던 환자들이 더 높았다. 나이나 경제력 등 다른 요소들을 감안해도 역시 결혼한 환자들이 더 오래 살았다.
그렇지만 결혼이 수명을 늘리는 것은 꼭 암환자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 사회학과의 뻬까 마르티까이넨 교수와 따빠니 발꼬넨 교수의 연구가 있다. 두 교수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높아지는지 여부였다. 이들은 1985년에 결혼 상태였던 핀란드 남성 82만 명과 여성 72만 명의 자료를 꼼꼼히 분석했다.
결과를 보자. 1986년과 1991년 사이에 2만2294명의 남성이 부인과 사별했고 6만1868명의 여성이 남편을 잃었다. 배우자를 여읜 사람들의 사망률은 다른 사람들보다 남성의 경우 29%, 여성들은 22%가 높았다. 연구팀은 정신적인 어려움이 원인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배우자와 사별한 남성들의 자살은 다른 남성들보다 4배나 많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도 2.5배나 많았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홀로 남은 남성들이 위암으로 사망한 경우는 64%, 폐암으로 인한 사망은 32%가 더 많았다. 뇌경색이나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각각 39%와 23% 더 많았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 보내고 홀로 남는 것은 심신 모두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이 연구가 잘 보여준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의 사망률도 높아졌지만 남성에 비하면 타격이 작았다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결혼이 수명을 늘리는 것은 꼭 암환자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 사회학과의 뻬까 마르티까이넨 교수와 따빠니 발꼬넨 교수의 연구가 있다. 두 교수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높아지는지 여부였다. 이들은 1985년에 결혼 상태였던 핀란드 남성 82만 명과 여성 72만 명의 자료를 꼼꼼히 분석했다.
결과를 보자. 1986년과 1991년 사이에 2만2294명의 남성이 부인과 사별했고 6만1868명의 여성이 남편을 잃었다. 배우자를 여읜 사람들의 사망률은 다른 사람들보다 남성의 경우 29%, 여성들은 22%가 높았다. 연구팀은 정신적인 어려움이 원인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배우자와 사별한 남성들의 자살은 다른 남성들보다 4배나 많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도 2.5배나 많았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홀로 남은 남성들이 위암으로 사망한 경우는 64%, 폐암으로 인한 사망은 32%가 더 많았다. 뇌경색이나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사망도 각각 39%와 23% 더 많았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 보내고 홀로 남는 것은 심신 모두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이 연구가 잘 보여준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의 사망률도 높아졌지만 남성에 비하면 타격이 작았다는 사실이다.
결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남성과 여성에서 다르다는 점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 적이 있다. 오래전 발표된 것이지만, 미국 밴더빌트 대학에서 일했던 월터 고브 교수의 연구를 보자. 고브 교수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사망률을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과 비교하였는데, 전반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 그런데 그 정도는 성별에 따라, 그리고 혼자 사는 이유에 따라 꽤 차이가 났다.
결혼한 적이 없는 성인 여성은 배우자와 함께 사는 여성보다 사망률이 1.6배 높았는데, 같은 상황의 남성은 1.8배로 조금 더 높았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의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1.6배 남짓 높았지만, 같은 처지의 남성들은 2.3배나 더 높았다. 이혼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혼 후 혼자 사는 여성의 사망률은 결혼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들보다 1.8배 높았지만, 이혼한 남성들의 경우 부인과 살고 있는 남성들보다 사망률이 거의 3배나 높았다.
대체 왜 결혼 상태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는 여성들보다 남성들에서 두드러지는 것일까? 결혼과 건강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바친 미국 텍사스 대학의 데브라 엄버슨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미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진 여성들에 비해, 흡연이나 음주 등 건강에 해를 주는 행동을 더 자주하는 남성들이 결혼을 통해 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시쳇말도 있을 만큼 쉽지만은 않은 결혼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니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일종의 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결혼이라는 봉사에 대한 대가가 있는가? 물론 있다. 그건 바로 ‘건강’이다. 단, 불행한 결혼은 도리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도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하자.
임재준 서울대 의대교수 의학교육실장
[출처: 중앙일보] [임재준의 의학노트] 결혼과 건강, 그 오묘한 관계
결혼한 적이 없는 성인 여성은 배우자와 함께 사는 여성보다 사망률이 1.6배 높았는데, 같은 상황의 남성은 1.8배로 조금 더 높았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의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1.6배 남짓 높았지만, 같은 처지의 남성들은 2.3배나 더 높았다. 이혼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혼 후 혼자 사는 여성의 사망률은 결혼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들보다 1.8배 높았지만, 이혼한 남성들의 경우 부인과 살고 있는 남성들보다 사망률이 거의 3배나 높았다.
대체 왜 결혼 상태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는 여성들보다 남성들에서 두드러지는 것일까? 결혼과 건강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바친 미국 텍사스 대학의 데브라 엄버슨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미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진 여성들에 비해, 흡연이나 음주 등 건강에 해를 주는 행동을 더 자주하는 남성들이 결혼을 통해 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시쳇말도 있을 만큼 쉽지만은 않은 결혼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니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일종의 봉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결혼이라는 봉사에 대한 대가가 있는가? 물론 있다. 그건 바로 ‘건강’이다. 단, 불행한 결혼은 도리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도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하자.
임재준 서울대 의대교수 의학교육실장
[출처: 중앙일보] [임재준의 의학노트] 결혼과 건강, 그 오묘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