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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식] 박상민 교수: 초등생 수업서 쓰는 ‘3D펜’… 독성 물질 뿜는다

2021-12-22l 조회수 579

허공에 선을 그어 원하는 장난감을 만들 수도 있고, 고장 난 물품을 고칠 수도 있다. 소설 속 마술 지팡이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 속 3D 펜 이야기다. 이 신기한 첨단 기술의 매력에 많은 사람이 빠졌다. 가장 유명한 3D 펜 아티스트 유튜버 채널인 '사나고'는 현재 무려 30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조회수는 4억회나 된다. 특히 어린이들은 실제로 직접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3D 펜 공예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3D 프린터로 오랫동안 교육해 온 교사가 육종암으로 숨졌다. 3D 펜은 3D 프린터의 출력 원리를 그대로 적용해 형태만 펜으로 바꾼 것인데, 안전할까?

◇3D펜, 코 가져다 대면 3D 프린터보다 더 위험할 수도
3D 프린팅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열에 녹아 부드러워진 필라멘트를 짜내 쌓아 만들고 싶은 형태를 만드는 FFF(Fused Filament Fabrication) 방식이 가장 널리 쓰인다. FFF 방식을 글루건에 적용한 게 3D 펜이다. 유해물질은 가느다란 실 모양의 플라스틱 필라멘트가 고열에 녹을 때 나온다. 이 때문에 3D 펜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3D 프린터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유해물질 방출량만 생각하면 물론 3D 프린터보다 3D 펜이 훨씬 적다"면서도 "3D 프린터는 작동시켜놓고 사용자가 그 공간에 있지 않아도 인쇄가 가능하지만, 3D 펜은 손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인쇄 중 신체가 장치와 가까이 붙어 있을 수밖에 없고, 집중하다 보면 코를 완전히 가져다 대 유해물질을 그대로 흡입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D 펜 그림과 3D 펜 회로도 구조
3D 펜 그림과 3D 펜 회로도 구조./사진=JoVE 저널 '3D 프린팅 펜의 입자 배출 평가(2020년)'
◇3D펜, 휘발성 유기 화합물질 뿜어내기도
3D 프린팅 중 열로 필라멘트를 녹이면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과 나노 단위의 초미세 입자가 나온다.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대기 오염 물질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신체 호르몬을 교란하는 물질이며 일부는 발암성도 가진다. 2020년 세계 위해성 평가 학회(SRA) 연례 회의에서 3D 프린터 인쇄 중 방출되는 입자가 실내 공기 질과 공중 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으며,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에서는 3D 프린팅 중 배출된 입자가 인간의 폐 세포에 중간 정도의 독성을 유발한다고 보고했다.

국내 연구도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안전보건공단이 2018년에 발표한 '3D 프린터 사용자에 대한 초미세입자 노출 평가'에 따르면 3D 프린팅 중 이소프로필알콜,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 유기화합물과 나트륨, 마그네슘, 알루미늄, 칼륨, 칼슘, 크롬, 철 등 금속이 미량 검출됐다. 이에 연구팀은 이어 2019년 필라멘트마다 어떤 유해물질이 나오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했는데, PLA(Poly Lactic Acid) 소재 프린터 총 8개 시료 중 6개 시료에서 관리대상물질 5∼7종이 검출됐고, ABS(Acrylonitrile-Butadiene-Styrene) 소재에서는 5개 시료 전부에서 관리대상물질 5∼6종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PLA와 ABS는 3D 프린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필라멘트 소재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3D 펜도 같은 소재의 필라멘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유해물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용 온도, 사용 환경에 따라 배출량과 물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몸에 얼마나 흡입될지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D 펜과 관련해서는 아직 밝혀진 내용이 많이 없지만, 최근 미국과 독일에서 3D 펜에서도 3D 프린터에서 발견된 유해물질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인체에 얼마나 흡입되고, 어떤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가 3D 펜에 얼굴을 가까이 붙여 작업하는 모습
어린이가 3D 펜에 가까이 붙어 작업하고 있다. 이 경우 유해물질을 흡입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3D 펜에서 나온 나노입자, 폐 깊숙이 들어가
나노입자의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안전보건공단이 2019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ABS 소재 프린터는 나노입자를 분당 무려 2000억여 개나 방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징하이 이(Jinghai Yi) 교수팀에 의하면 3D 펜에서도 30~300nm 크기의 나노입자가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미세먼지 크기인 2.5㎛(PM-2.5)를 nm로 환산하면 2500nm로, 3D 펜에서 나오는 입자가 초미세먼지보다도 훨씬 더 작다. 함승헌 교수는 "크기가 작을수록 폐 속 더 깊이 폐포까지 들어가 영향을 줄 위험이 크다"며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어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위험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입자는 우리 몸속 면역체계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데, 크기가 작을 수록 더 다양한 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는 "3D 프린트에서 나온 입자가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를 통해 확실히 밝혀져야겠지만, 2.5㎛ 정도 크기의 대기에서 발견되는 초미세먼지는 작은 크기 때문에 폐 깊숙이 들어간 뒤 혈관으로까지 퍼져 염증을 유발하고, 자율신경 반응을 방해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3D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성을 알아내기 위해 동물실험을 했던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나온 나노입자들이 천식, 암 등도 유발할 수 있다며 언론을 통해 경고하기도 했다. 이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특히 어린이는 체구에 비해 호흡량이 많고, 심폐기관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필라멘트 소재따라 유해성 달라져
아직 3D 펜을 사용해 실제로 질환이 발병되거나,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명확히 밝혀진 연구가 없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무작정 피하기보단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 유해물질이 최대한 덜 나오는 필라멘트를 사용하고, 환기 등 환경 관리로 호흡기로 흡입될 입자의 농도를 줄여야 한다. 3D 펜에 사용되는 필라멘트로는 ▲ABS(Acrylonitrile-Butadiene-Styrene) ▲PLA(Poly Lactic Acid) ▲PCL(Poly Capro Lactone) 등이 있다. ABS는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틸렌, 충전재로 이뤄진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필라멘트이자,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틸렌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육종암에 걸린 교사도 오랫동안 ABS 소재 3D 프린터를 써온 것으로 밝혀졌다. PLA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 소재다. 친환경이란 단어가 마치 무해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연구 결과  ABS보다 정도만 덜할 뿐이지 값싼 중국산 PLA에서도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됐다"며 "현재 국내 수요의 70~80%가 중국 업체로부터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에서 흔히 사용되는 두 필라멘트가 유해성 문제에 휩싸이자, 뒤이어 나온 3D 펜에서는 저온에서 사용할 수 있는 PCL이라는 필라멘트도 사용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관계자는 "PCL은 저온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필라멘트들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덜할 뿐, 나노입자와 다른 열분해 물질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뒤이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기획 발행한 '학교 내 무한상상실 안전 매뉴얼'에서는 PCL 필라멘트가 80~100℃ 저온에서 사용이 가능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환기 제일 중요해
무엇보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 유해물질 농도를 줄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3D 펜 인쇄 작업을 아크릴 박스 등 작은 공간에 가두고 손만 넣어 작업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환기에 힘써야 한다. 함승헌 교수는 "실외에서 하거나, 국소 배기 장치 등을 설치해 놓고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그래도 안 된다면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이용하는 등 실내에서 환기해야 하며,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이라면 마스크라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 전, 중, 후 모두 실내 환기를 해야 한다. 환기가 충분하지 못한 곳이라면 페인트 냄새가 짙고, 장시간 사용으로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 페인트 냄새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의 특징적인 냄새다. 두통이 있다면 유해 물질을 흡입했을 수 있으므로 그 즉시 3D 펜 작업을 멈춰야 한다.

국소 배기 장치
국소 배기 장치./사진=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12/22/20211222008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