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선을 그어 원하는 장난감을 만들 수도 있고, 고장 난 물품을 고칠 수도 있다. 소설 속 마술 지팡이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 속 3D 펜 이야기다. 이 신기한 첨단 기술의 매력에 많은 사람이 빠졌다. 가장 유명한 3D 펜 아티스트 유튜버 채널인 '사나고'는 현재 무려 30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조회수는 4억회나 된다. 특히 어린이들은 실제로 직접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3D 펜 공예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3D 프린터로 오랫동안 교육해 온 교사가 육종암으로 숨졌다. 3D 펜은 3D 프린터의 출력 원리를 그대로 적용해 형태만 펜으로 바꾼 것인데, 안전할까?
◇3D펜, 코 가져다 대면 3D 프린터보다 더 위험할 수도 3D 프린팅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열에 녹아 부드러워진 필라멘트를 짜내 쌓아 만들고 싶은 형태를 만드는 FFF(Fused Filament Fabrication) 방식이 가장 널리 쓰인다. FFF 방식을 글루건에 적용한 게 3D 펜이다. 유해물질은 가느다란 실 모양의 플라스틱 필라멘트가 고열에 녹을 때 나온다. 이 때문에 3D 펜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3D 프린터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유해물질 방출량만 생각하면 물론 3D 프린터보다 3D 펜이 훨씬 적다"면서도 "3D 프린터는 작동시켜놓고 사용자가 그 공간에 있지 않아도 인쇄가 가능하지만, 3D 펜은 손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인쇄 중 신체가 장치와 가까이 붙어 있을 수밖에 없고, 집중하다 보면 코를 완전히 가져다 대 유해물질을 그대로 흡입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