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소식] 신현우 교수: [벤처하는 의사들] 아워랩 신현우 대표 "수면 AI 솔루션 활용" ..CES다녀온 '수면무호흡증 치료기'
자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우리 몸은 산소를 받아들이려 발버둥 친다. 무의식 중에도 횡격막과 가슴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심장은 더 많은 피를 순환시키기 위해 빨리 뛰게 된다. 이러면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진 끝에 일시적인 심장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심정지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사망하게 된다. 다른 질병이 없던 건강한 사람도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하룻밤 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양압기는 환자가 산소마스크를 쓰면 마스크와 연결된 기계가 환자 입안에 일정한 압력으로 공기를 계속 불어 넣어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해준다. 공기로 숨구멍을 벌리는 원리다. 그런데 양압기는 환자가 잘 때도 산소마스크를 계속 끼고 있어야 해 도리어 깊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산소마스크와 공기필터 등 소모품은 오염 가능성이 있어 주기적으로 교체, 세척해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다.
이러한 불편함 때문에 양압기를 처방받은 환자 중 40%가 1년 안에 양압기 사용을 포기한다고 한다. 하악 전진 장치도 오랫동안 쓰는 걸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다. 그런데도 양압기와 하악 전진 장치 말고는 딱히 처방할 수 있는 치료 장치가 없었다.
옥슬립은 현재 수면무호흡증 환자들과 일선 의사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월 초에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 나가 외국 바이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신 대표는 “옥슬립 관련 특허만 내놓고 기술이전에 번번이 실패한 끝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직접 회사를 차리기까지 했다”며 “지난 7년간 고생한 걸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실로 감개무량하다”며 웃었다.
지난 2월 22일 아워랩 신현우 대표가 자사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기기인 '옥슬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원래부터 수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진료하는 환자들도 대부분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이다. 10년 넘게 환자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수면무호흡증은 여전히 딱 떨어지는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양압기도 하악 전진 장치도 효과는 좋지만 불편함이 크다. 양압기를 처방받은 환자 중 40%가 1년 안에 사용을 포기한다. 하악 전진 장치는 그보다는 적지만 치아 통증이나 부정교합 등 후유증 때문에 쓰기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결국엔 처방하게 된다. 덕분에 가끔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一 ‘쉬게 해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학교 다닐 때 교실에서 떠들다 혼나면 복도에 나가서 손 들고 있던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손을 계속 들고 있으면 근육이 아프고 무리가 온다. 그래서 선생님 눈치 보면서 내렸다가 올렸다가 한다. 턱 근육도 똑같다. 계속 당기고 있으면 통증이 지속되고 퍼지면서 부정교합, 안면 골격 변화 등 다른 문제들이 생긴다. 그런 일이 없도록 수면 자세에 맞춰 턱 근육을 더 당겼다가, 덜 당겼다가 해주는 게 옥슬립의 기본 원리다.”
“옥슬립은 양압기와 하악 전진 장치의 장점을 합쳐서 만든 하이브리드형 기기다. 양압기처럼 본체가 있고, 본체에는 호스가 달려있다. 다만 호스 끝에는 산소마스크가 아닌 하악 전진 장치가 소형으로 달려있다. 옥슬립의 하악 전진 장치는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장시간 사용해도 통증이 훨씬 덜하다. 핵심은 하악 전진 장치에 달린 3축 센서다. 전후좌우상하 움직임을 모두 감지하는 3축 센서가 있으면 사용자의 수면 자세가 바뀌는 걸 감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옆으로 누우면서 기도에 숨 쉴 공간이 확보되면 센서가 본체에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본체 안에 있는 에어펌프가 호스를 통해 압력을 조절하면서 당기고 있던 턱 근육을 안으로 밀어준다. 수면 중 자세 변화, 턱 근육을 당기고 푸는 정도 등 3축 센서가 감지한 신호는 전부 데이터로 변환돼 본체에 저장된다. 이 데이터들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아니다. 처음에는 창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옥슬립을 위한 기술은 2015년에 특허를 받으면서 완성이 된 상태였다. 이걸 갖고 다양한 의료기기 회사와 만나 기술이전을 시도했다. 그런데 잘 안 됐다. 원천기술을 받아서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완성된 제품을 떼와서 파는 쪽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기술이전을 일단 멈추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로 가서 2년간 방문 교수로 일했다. 본업인 의사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데 미국 쪽 교수들은 아이디어가 있고 특허가 있으면 본인들이 직접 창업을 해서 기술을 적극적으로 상용화하더라.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해 2018년 아워랩을 창업했다. 기다리다 답답해서 결국 직접 나선 꼴이다.”
“내가 만든 기술을 갖고 제품을 만들었지만, 하다 보니 왜 다른 회사들이 기술이전을 안 받으려 했는지 알겠더라. 옥슬립은 세계 최초의 구동형 하악 전진 장치다. 세상에 없던 물건이다. 그래서 개발 과정 하나하나가 어려운 숙제였다. 그래도 이 부분은 어떻게든 기술력으로 보완이 가능했다. 제일 큰 문제는 인허가였다. 만약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있던 제품을 우리가 똑같이 따라해서 개발했다면,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 인허가를 받은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근데 우리가 만든 구동형 장치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자료도 엄청나게 많았다. 입안에서 장치가 움직이는 게 괜찮은 건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장시간 사용해도 인체에 무해한지 등 수많은 검토 사항들 하나하나에 대해 리포트를 만들어 제출해야 했다. 인고의 시간이었다.”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나눌 수 있다. 병원까지 찾아오는 환자 기준으로 비율을 따지면 경증이 30%, 중등증이 40%, 중증이 30% 정도 된다. 옥슬립은 중등증 이상 환자들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들은 증상이 심한 만큼 양압기를 쓰면 입안에 공기를 더 많이 쏴야 한다. 하악 전진 장치를 쓰면 아랫니를 더 높게 들어올려야 한다. 그만큼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자세 변화에 따라 턱 근육을 풀어줄 필요성도 더 놓은 환자들이다. 옥슬립을 쓰는 게 지속 가능한 치료에 더 적합하다는 말이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호불호가 있다. 옥슬립은 양압기보다 훨씬 작지만 본체에 해당하는 기기가 있기 때문에 하악 전진 장치를 쓰던 분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반면 양압기를 쓰시던 분들은 본체가 훨씬 작아서 굉장히 좋다고 한다. 얼굴을 절반 이상 덮는 산소마스크도 없다는 점 때문에 양압기를 쓰던 분들은 대부분 선호한다.
一 1월에 CES도 다녀온 걸로 안다.
지난 2월 22일 아워랩 신현우 대표가 자사 수면 인공지능(AI)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2020년과 2021년에 2년 연속 선정됐다. 각각 30억원, 50억원씩 지원금도 받았다. 인간이 잘 때 수많은 생체신호가 나타난다. 호흡, 눈 움직임, 다리 움직임, 맥박, 심전도, 숨소리 등 30가지를 훌쩍 넘는다. 1만 명 이상의 수면 중 생체신호를 하나하나 분석해 이미지화시켜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수면 데이터를 수집, 처리, 가공하는 데 있어 가장 실력이 좋고 경험 많은 회사로 인정받은 것이다.
一 수면 빅데이터로 정확히 어떤 걸 하려는 건가.
一 아워랩이 그리는 미래상은 뭔가.
“수면 AI 솔루션을 기반으로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진 세상이다. 아워랩이 지금은 수면무호흡증 환자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환자만 잠을 자는 건 아니지 않나. 모든 현대인이 질 높은 수면을 필요로 한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몸 곳곳이 병든다. 수면 AI 소프트웨어는 결국 모든 인간을 타깃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