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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소개]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77년 주년 맞아 특별전시

2023-06-20l 조회수 130

‘해부학교실은 의과학자 양성소’...한국 현대 해부학의 역사 한눈에 본다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77년 주년 맞아 특별전시
1885년 국내 첫 해부학 교육부터 현재까지 한눈에
해부학은 의학 기초, 의사과학자 양성소


김양혁 기자
입력 2023.06.15 17:46
 
 
지난 1964년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 실습실 전경. /서울대병원
<지난 1964년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 실습실 전경. /서울대병원>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병합되자 자생적인 해부학 교육과 연구의 명맥은 사실상 끊기고 일본의 의학 시스템에 흡수됐다.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던 국내 해부학은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위기를 맞는다. 학교를 점령했던 일본인이 모두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해부학을 가르칠 교원이 턱없이 부족해진 것이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국내서 해부학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들은 전국 의대를 순회하며 강의를 강행했다.

김학재 의학박물관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과 신동훈 특별전 준비위원장(해부학교실 교수)은 “국내 해부학 교육과 연구를 이끌어 온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의 77년간 역사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며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해부학의 희귀자료를 공개하는 특별한 전시인 만큼 많은 분의 관심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1958년경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교실에서 제작한 조직학 실습용 표본. /서울대병원
<지난 1958년경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교실에서 제작한 조직학 실습용 표본. /서울대병원>

해부학교실 교수들이 해부학을 의과대의 ‘정체성’과 같은 기초과학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생화학, 약리학은 자연대, 약대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해부학은 의대에만 존재하는 교육과정이다. 18세기 이후 해부학은 과학과 의학을 대표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현미경이 연구에 활용되면서 해부학은 세포 단위까지 영역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952년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교실에서 펴낸 신경해부학 교과서. /서울대병원
<지난 1952년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교실에서 펴낸 신경해부학 교과서. /서울대병원>

하지만 초기 해부학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등사용지에 철필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등사기로 찍어낸 한글 교과서를 만들었다.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실습용 표본도 새로 만들며 한 명이라도 더 교육하기 위해 매진했다. 여러 언어가 혼재된 해부학 교재를 한글로 풀어내 국내 해부학 교육과 연구의 기틀을 점차 완성해 나갔다. 이는 1990년 출판한 ‘해부학용어 3판’으로 결실을 맺었다. 1만 3000개에 달하는 해부학용어 중 80%를 한글로 고친 결과물이었다.

◇의대 정체성 ‘해부학’…진단부터 치료법·신약 개발까지 의과학자 양성소

해부학 교육용 애플리케이션. /조선비즈DB
<해부학 교육용 애플리케이션. /조선비즈DB>

그래서 해부학 연구자는 대부분 의학을 전공한 의사과학자들인 경우가 많다. 의사과학자는 의학과 임상 지식을 기반으로 질환과 관련된 기전 연구,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한다. 질병 치료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와 달리, 질병 원인을 밝혀내고 원인을 근거로 하는 치료법 연구는 물론, 신약 개발까지 할 수 있다.

물론 의대 졸업 이후 주류인 진료 의사를 택하지 않고, 교육과 연구로 진로를 변경하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진료 의사에서 의사과학자로 전향한 교수들도 여럿 있다. 특정 과에 묶여 있지 않아 어느 연구 분야에도 스스럼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